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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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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14] 교언영색주공(巧言令色足恭) _훌륭한 말솜씨와 잘 꾸민 얼굴빛과 지나친 공손함을 부끄럽게 여기다 5-25 공자가 말했다. “말솜씨가 좋고, 얼굴빛을 잘 꾸미며, 공손함이 지나친 것을 좌구명이 부끄러운 일로 여겼는데, 나 역시 부끄럽게 생각한다. 원망을 감추고 그 사람과 벗하는 것을 좌구명이 부끄러운 일로 여겼는데, 나 역시 부끄럽게 여긴다.” 子曰, 巧言令色足恭, 左丘明恥之, 丘亦恥之. 匿怨而友其人, 左丘明恥之, 丘亦恥之. 배병삼은 이 구절을 다음과 같이 새긴다. 말솜씨가 좋고 얼굴빛을 잘 꾸미며 지나치게 공손한 자세를 수치로 여긴 것은 “자신의 이중성을 부끄러워함이니 겉과 속이 다름을 뉘우침”이요, 마음에 원망을 숨기고 그 사람과 벗하는 처세를 수치로 여긴 것은 “남을 대하는 태도의 이중성을 부끄러워함”이다. 전자는 자기 행동에 대한 성찰, 곧 충(忠)이고, 후자는 타자에 대한 자기 성실성의 성찰..
[시골 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9] 공야장(公冶長) _공자의 사위 이야기 5-1 공자가 공야장을 두고 이야기했다. “사위 삼을 만하다. 비록 옥에 갇힌 몸이지만, 그의 죄는 아니다.” 그러고는 자기 딸을 그에게 시집보냈다. 子謂公冶長, 可妻也, 雖在縲絏之中, 非其罪也. 以其子妻之.공자는 제자들을 평하면서 가장 먼저 사위인 공야장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고는 그가 범죄 혐의로 옥에 갇힌 사람임을 환기한다. 고대에는 연좌의 위험이 있었기에, 죄인과 인척을 맺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공야장의 어떤 점을 좋게 보았기에 공자가 딸을 시집보낼 만하다고 말했는지는 문장에서는 알 수 없다. 공야장이 실제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구체적으로 전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자가 이런 사람에게도 딸을 시집보낸 사람인 것만은 분명하다. 공자는 사람 보는 눈이 아주 비범했던 것이다. 공자는 세간의 눈이 아니..
[문화일보 서평] 타인에 대한 ‘연민’ 없이 민주주의, 제대로 작동할까 _마사 누스바움의 『감정의 격동』 경이(驚異).놀랍고 신기하다. 감각이 깨어나고 몸이 풀리면서 상념이 융기한다. 문장들이 누적되고 페이지들이 모이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는 낯선 지형을 머릿속에 만들어낸다. 이 지형도에는 ‘감정의 철학’ 또는 ‘감정의 인문학’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하리라. 이성의 사유가 아직 제대로 개척하지 못한, 때로는 의도적으로 배척하고 때로는 처치 곤란으로 미루어둔 광대한 황무지. 마음의 지층으로 볼 때 이성보다 아래쪽을 이루면서도 여전히 어둠에 남겨진 영역. ‘감정’이라는 이름의 신대륙이 마침내 지적도를 얻었다.사흘에 걸쳐 1400쪽에 이르는 책을 모두 읽었다. 역시 마사 누스바움이다. 그녀의 책은 지금까지 한 차례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공부를 넘어 교육으로』, 『시적 정의』, 『혐오와 수..
[논어의 명문장] 부지육미(不知肉味, 고기 맛을 잊었다) 선생님께서 제나라에 있었을 때, 소(韶)를 듣고는 석 달 동안 고기 맛을 잊으셨다. [그러고는] 말씀하셨다. “음악을 하는 것이 여기에까지 이르렀을 줄은 생각지 못했구나.”子在齊聞韶, 三月不知肉味, 曰:“不圖爲樂之至於斯也.” 부지육미(不知肉味), 즉 “고기 맛을 알지 못했다”는 구절은 「술이(述而)」 편에 나온다. 『논어』에는 가끔 대단히 감각적 표현이 나오는데, 나는 이 구절을 첫손에 꼽고 싶다. 공자 당시에 고기는 아무나 먹을 수 없는 귀족의 전유물이었다. 따라서 고기란 가장 강렬한 세속적 쾌락을 상징한다. 이에 비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색(色)”밖에 없을 것이다. 좋은 예술은, 즉 문명과 문화는 덧없이 사라질 육체의 말초적 즐거움을 넘어서 삶의 진정한 가치를 생각하도록 만든다. 서른다섯 살, 조..
후한 200년 역사 한눈에(한국경제) 이번에 『후한서』를 출판하고 나서 주요 일간지 여기저기에 기사가 났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모두 감사드립니다. 하나씩 이 블로그에 옮겨서 차례대로 소개합니다. ◇후한서 본기=남북조 시대 학자 범엽이 지은 후한서는 사마천의 사기, 반고의 한서, 진수의 삼국지와 더불어 중국 4사(四史)로 불린다. 본기(本紀) 열전(列傳) 지(志) 120권 중 완역된 적 없는 본기를 장은수 민음사 대표가 번역했다. 후한 광무제부터 헌제까지 200여년의 역사가 생생하다. (범엽 지음, 장은수 옮김, 새물결, 712쪽, 3만5000원)
민음사 장은수 대표 ‘후한서’ 첫 완역(한겨레) 이번에 『후한서』를 출판하고 나서 주요 일간지 여기저기에 기사가 났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모두 감사드립니다. 하나씩 이 블로그에 옮겨서 차례대로 소개합니다. ‘사기’ 등 중국의 4사 가운데 하나“아직 번역 안됐다는게 안타까워객관성 위해 다른 출판사서 출간” 우리나라 고대사를 언급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사진·새물결 펴냄)가 처음으로 완역됐다. 범엽의 는 사마천의 , 반고의 , 진수의 와 함께 중국의 4사로 꼽힌다. 민음사 장은수(46) 대표가 번역했다.이렇게 중요한 책이 지금까지 완역된 적이 없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번역의 주인공이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은 더 놀랍다. 국문학을 전공한 장 대표는 “진수의 를 번역한 를 읽으면서 때때로 원문을 참조해 읽었는데, 이 시기를 다룬 또다른 역사서인 의 우리말 번..
민음사 장은수 대표, 후한서 본기 완역(연합뉴스) 이번에 『후한서』를 출판하고 나서 주요 일간지 여기저기에 기사가 났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모두 감사드립니다. 하나씩 이 블로그에 옮겨서 차례대로 소개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이듬해(221)에 유비가 촉(蜀)에서 황제라고 칭하고, 손권 역시 오(吳)에서 스스로 왕이라 칭하니 이로써 천하는 마침내 세 갈래가 되었다."(明年, 劉備稱帝于蜀, 孫權亦自王於吳, 於是天下遂三分矣)이보다 한 해 전에 유비, 손권과 더불어 이미 천하를 삼분한 위왕(魏王) 조조가 죽었다. 그 자신을 사기(史記)를 남긴 사마천에 비기면서 한서(漢書)를 쓴 반고를 뛰어넘는 역사서를 쓰겠다고 한 남북조시대 유송(劉宋) 왕조의 역사가 범엽(范曄·398~445)은 광무제 유수(劉秀)의 봉기와 즉위에서 시작하는 후한서(後漢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