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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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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읽을 수밖에 없는 책 - 시어도어 젤딘의 『인생의 발견』(문희경 옮김, 어크로스, 2016) 일반적으로 책은 특정한 방식으로 읽도록 되어 있다. 책을 이루는 문장이 만드는 호흡은 읽기의 속도나 밑줄이나 메모의 유무 등을, 심지어 장소까지도 결정한다. 주말에 시골마을에서 읽으려고 시어도어 젤딘의 『인생의 발견』(문희경 옮김, 어크로스, 2016)을 챙겨 갔다. 올해 여섯 번째 책으로, 청탁과 관계가 없었으므로 그야말로 자유롭게 읽기 시작했다. 앞머리부터 가슴을 두드리는 문장들이 넘친다.“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나지 않았다. 누구나 낯선 사람과 낯선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다. 하지만 역사는 공포와 굴복의 기록일 뿐 아니라 위험에 도전한 기록이다. 특히 호기심에 이끌려 저항한 기록이다. 호기심은 빛을 어둠으로 바꾸는 온갖 종류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한 최선의 길이고, 문제를 미세한 분자로 분해해서..
잉고 슐체를 만나다 - 2013년 8월 8일(목) 잉고 슐체가 한국을 찾았다. 만해문예대상 수상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나로서는 슐체는 『유럽, 소설에 빠지다』(민음사, 2009)에 실린 「제우스」에서 처음 만난 작가이다. 유럽 대사관에서 각각 자국을 대표할 만한 현대 작가를 한 사람씩 추천받아서 그들 작품을 번역한 이 선집에서 이미 슐체는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선정되었다. 그 후 민음사에서는 이 작가의 대표작인 『심플 스토리』(민음사, 2009)와 『아담과 에블린』(민음사, 2012)을 연속해서 출간한 바 있다. 아직 한국 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통일 과정과 통일이 독일인들의(특히 동독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를 날카롭게 그려내고 있는 잉고 슐체의 명성은 점차 독일을 넘어서 세계 각국으로 뻗어나가는 중이다. 잉고 슐체는 이미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