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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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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걷는 사람들 얀 마텔의 소설 『포르투갈의 높은 산』에는 뒤로 걷는 사람들이 나온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자들의 독특한 애도 방식이다. 뒤로 걷는 것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지나온 시간을 복기하며 등으로 밀고 나가는 걸음이다. ―강의모 ===== 아침에 일어나 SBS ‘책하고 놀자’ 강의모 작가의 『살아 있는 한, 누구에게나 인생은 열린 결말입니다』(목수책방, 2019)를 읽었다. 목수책방의 새로운 기획 ‘읽는 사람’의 첫 책이다. 읽는 삶을 둘러싼 짤막한 에세이 한 편이 먼저 나온다. 생각하는 일상을 사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인데, 책과 함께하는 삶을 다룬 에세이 한 편 한 편이 생생하다.이어서 나오는 코너는 ‘읽으며― 읽어 갑니다’라는 덧말 꾸러미다.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구절 놀이 할 때 흔히 하..
바람과 물의 언어로 기록한 우포늪의 풍경 손남숙의 『우포늪, 걸어서』(목수책방, 2017)는 물과 바람의 언어로 쓰여 있다. 냉정한 과학적 탐구의 언어는 아니다. 차라리 은근한 사랑의 언어라고 부르고 싶다. 우연히 펼친 후 몇 줄 읽다 보니, 마음이 책 속으로 조금씩 스며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연이어서 고리가 걸리는 느낌이 읽기를 재촉하면서 어느 순간 마지막까지 이르렀다. “물은 서두르지 않는다. 바람과 햇빛과 조응하면 물풀이 일렁이는 늪가를 부드럽게 간질이고 새들의 발가락을 꼼꼼히 살핀다.” 이런 문장은 사랑스러워 책 속 어딘가에서 한 줄 더 찾아내고 싶은 기분이 든다. 독자의 머릿속에 공감각을 일으키는 아주 가벼운 시적 문장들.우포늪은 국내 최대의 자연 습지다. 저자 손남숙은 근처의 창녕에서 나고 자랐다. 지난 10년 동안 그녀는 우포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