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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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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하는 신체에서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 ―아르노 그륀의 『복종에 반대한다』 새해 벽두에 아르노 그륀의 『복종에 반대한다』(김현정 옮김, 더숲, 2018)를 읽었다. 이 책은 한 인간이 어떻게 자기로서 살지 못하고, 권위에 굴복해 자신을 상실하고, 나아가 타자를 공격하는 데까지 이르는가를 심리적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 일찍이 한나 아렌트가 고민했던 ‘악의 평범성’ 문제, 즉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나치의 하수인이 되어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가 하는 문제를 잊지 않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역사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권위에 복종하지 않는 인간, 주체로서 행동하고 약자와 공감하는 인간으로서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수십 년 동안 여러 사람이 과제를 이어받으면서 끈질기게 탐구하고 있는 것이다.정신의학자인 저자에 따르면, 우리 문화는 “근본적으로 복종을 권하고 있다.”..
중2병이라는 이름의 폭력에 대한 단상 _오늘의 교육을 읽다가 “중2 때는 무엇 하나 집중을 못한다. 특히 누가 있을 때 더욱 힘들다. 예를 들어 책을 읽을 때 집중하면 힘들다. 왜냐? 주변에서 속닥댄다. 심지어 등굣길에 노래 듣기도 힘들다. 이어폰만 꽂으면 중2병이라고 한다. 나는 발라드를 좋아한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좋아했다. 이것도 중2병인가? 나도 집에서 놀림 받는다. 여자 친구랑 전화하면 중2병, 노래 들으면 중2병, 책 읽으면 중2병. …… 다들 중2 때의 기억을 잊었나?” - 204쪽, 「대한민국에서 ‘학생’으로 사는 것」, 박용희 《오늘의 교육》 29호가 나왔다. 소개글에서 문득 이런 구절과 마주쳤다. 저항의 언어다. ‘중2’를 질병 이름으로 쓰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할 수 없는 폭력이다. 아이들의 신체와 정신에 가하는 훈육을 감추려고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