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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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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의 미학이 탄생하다 스포츠가 예술의 일종임은 누구나 안다. 아름다우니까. 위대한 선수들은 모두 인체의 물리학을 위반한다. “인간 안에서 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초월”을 실행한다. ‘아!’ 하는 외마디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동작의 기적적 응축. 언어의 길을 완벽하게 무너뜨리는 순간적인 창조가 거기에 있다. 오랜 연습을 통해 인간의 모든 움직임을 극한에 이를 때까지 단련한 후에도, 아주 잠깐 동안만 구현할 수 있는 힘의 엄청난 약동. 그런데 순간은 예술이 아니다. 찰나의 덧없음을 영원의 형태로 붙잡아 둘 수 있는 미학적 힘이 있어야 비로소 예술이 된다. 위대한 선수들의 자서전은 흔히 자신의 아름다운 움직임을 예술로 만드는 데 실패한다. 잘못은 없다. “한 번에 공 하나씩” 같은 언어적 클리셰에 대한 완전한 믿음과 게임에서 이를 ..
표(表), 보(保), 경(輕), 탐(探), 참(參) ―‘예스24, 2015년 상반기 베스트셀러 분석 및 도서판매 동향 발표’로 본 독서 트렌드 표(表), 보(保), 경(輕), 탐(探), 참(參)‘예스24, 2015년 상반기 베스트셀러 분석 및 도서판매 동향 발표’로 본 독서 트렌드 올해 상반기 예스24 판매 순위가 어제 발표되었다. 단순한 베스트셀러 트렌드 분석은 편집자로서 별 시사점을 얻을 수 없기에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니체의 말을 빌리자면, 편집자는 ‘미래의 문헌학자’로 살아야 한다. 그는 미리 예측하는 자이지 뒤늦게 쫓아가는 자가 아니다. 하지만 베스트셀러 외에는 독자들의 밑바닥 움직임을 읽을 수 있는 별다른 계기가 없기도 하므로 여기에 리스트를 본 소감을 간략히 적어둔다. 사실 이 글은 KBS ‘TV 책을 보다’ 자문회의 때 발표했던 것을 짧게 정리한 것이다.베스트셀러를 흔히 ‘용기’ ‘불안’과 같은 독자 심리학으로 분석하지만,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