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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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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위기와 문명의 종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세계 식량 위기가 현실화했다. 두 나라는 세계 최대 밀 수출국으로 전 세계 밀 공급량의 27%를 맡는다. 러시아산 밀 수입 비중이 60%가 넘는 아프리카 국가는 당장 기아 위기에 몰렸다. 식용유 공급망도 붕괴했다. 두 나라는 세계 해바라기씨유 공급을 절반 이상 책임진다. 두 나라 수출이 막히자, 그 영향이 인도네시아로 이어졌다. 전 세계 팜유 생산량의 50%를 떠맡은 인도네시아에서 식용유 품귀를 이유로 수출을 중단한 것이다. 여기에 이상기온으로 인한 가뭄, 홍수, 산불 등 기후 재앙까지 겹쳐져 전 세계적으로 식량 부족이 심화 중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세계은행 등의 수많은 전문가가 국제 식량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문명과 식량』(눌와, 2018)에서 루스 디프리스 미국 컬..
지구사의 지평에서 호모사피엔스 20만 년의 역사를 이야기하다 책을 읽고 있는데, 아내가 묻는다. “옥스퍼드 세계사? 영국(서구) 중심주의 서술 아니야?” 역사를 제 입맛대로 농단해 왔던 서양 제국주의에 대한 의심과 회의, 이것이 오늘날 세계사를 대하는 독자들의 일반적이고 정당한 태도이다. ‘도대체 세계사가 가능할까?’ ‘설령 그런 게 있더라도 인종주의(민족주의)에 오염되지 않았을까?’ 그러나 세계사는 가능하다. 세계가 하나로 연결됨에 따라, 또 인류의 역사가 생명의, 지구의, 우주의 역사라는 거대사의 지평에서만 이해될 수 있다는 사실이 명확해짐에 따라, 세계사를 큰 흐름 위에서 기술하려는 시도들이 늘어 가고, 이에 대한 독자들 반응도 뜨겁다.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데이비드 크리스천의 『빅 히스토리』,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등에 대한 열광은 ..
김종철 선생을 추모하며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가. 이십 년이나 삼십 년쯤 후에 이 세상에 살아남아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생태 비평지 《녹색평론》 창간사의 첫머리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생태운동가이자 문명의 철학자 김종철 선생의 글이다. 《녹색평론》은 1991년 11월에 첫 선을 보였다. 올해가 선생이 말했던 30년 후다. 다들 이 세상을 과연 어떻게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는가. 나날의 삶을 축복으로 느끼는가, 하루치 저주를 오늘도 힘겹게 견디는 중인가. 이 세상에서 계속 살아가기를 바라는가, 아니면 하루라도 빨리 다른 세상이 왔으면 하는가.물질적으로 풍요한 세상에서 어른들은 볼이 부풀도록 먹고 배를 두드리는지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은 하루하루 앞날이 불안한 세상을 사는 중이다. “당신들은 헛된 말로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