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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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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에 대하여(이남호) 고요는 우리를 향기롭고 높은 세계로 데려간다. 세상의 변화는 점점 고요를 바보로 만들지만, 고요는 바보가 아니다.―이남호 올해 열세 번째 책으로 고른 것은 이남호의 『일요일의 마음』(생각의나무, 2007)이다. 단정하고 우아한 고독의 문장들로 가득 찬 에세이집이다. 제목 ‘일요일의 마음’은 미당 서정주의 시 「일요일이 오거던」에서 따왔다. “일요일이 오거던/ 친구여/ 인제는 우리 눈 아조 다 깨여서/ 찾다 찾다 놓아 둔/ 우리 아직 못 찾은 마지막 골목들을 찾아가 볼까”로 끝나는 성찰의 시다. “찾다 찾다 놓아 둔” “마지막 골목들”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추구하나 끝내 챙기지 못했던 아름다운 가치들을 상징한다. 그건 일상의 부단한 번잡함 속에서는 도저히 찾지 못할 것이다. 오직 “일요일”에만, 고요와 정숙..
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1월 11일(토) 절각획선(切角劃線)은 책장의 귀를 접고 밑줄을 긋다는 뜻으로 리쩌허우가 쓴 글 제목에서 가져온 말이다. 이는 책의 핵심을 파악하려면 직접 몸을 움직여 체험하고 힘써 실천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을 읽기의 금언으로 삼아 매일의 기록을 남긴다. 그러고 보면 옛 선인들은 매일 읽은 것을 옮겨 적고, 나중에 이를 모아서 편집하여 하나의 책을 만듦으로써 읽기에 대한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그로써 새로운 지혜를 축적하고 표명했다. 이 기록이 언젠가 그 끝자락에라도 닿기를 바라면서. (1) 리쩌허우, 『중국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이유진 옮김, 글항아리, 2013) 중에서 ― 사상가들과 한 시대에 명성을 떨쳤던 각종 낭만파는, (중략) 독일이 분산되고 낙후되고 연약한 상태에서 통일되고 강대하고 풍족해지는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