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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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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에서 대학을 읽다] 혈구지도(絜矩之道, 자로 헤아리는 길) 이른바 천하를 평화롭게 하는 것이 그 나라를 다스리는 데 달려 있다는 말은, 윗사람이 노인을 노인답게 대접하면 백성들이 효심을 일으키고, 윗사람이 웃어른을 웃어른으로 대접하면 백성들이 공손함을 일으키며, 윗사람이 외로운 이들을 구휼하면 백성들이 배반하지 않을 것이니, 이 때문에 군자는 혈구(絜矩, 자로 헤아림)의 도를 갖춘다고 하는 것이다. 윗사람에게서 싫어했던 바로 아랫사람을 부리지 말고 아랫사람에게서 싫어했던 바로 윗사람을 섬기지 말며, 앞사람에게서 싫어했던 바로 뒷사람을 이끌지 말고 뒷사람에게서 싫어했던 바로 앞사람을 따르지 말며, 오른쪽 사람에게서 싫어했던 바로 왼쪽 사람을 사귀지 말고 왼쪽 사람에게서 싫어했던 바로 오른쪽 사람을 사귀지 말라. 이것을 혈구의 도라고 일컫는 것이다. 所謂平天下在治其..
정치와 윤리에 대하여 “마주하게 되는 고난과 시련을 두려워하지 말라. 당당히 맞서야 마음이 강해지고 끈기가 생겨나 이전에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낼 수 있다.” (효종) 1 김준태의 『군주의 조건』(민음사, 2013)을 읽다. 김준태는 조선 시대 정치 사상을 연구하는 젊은 정치학자인데, 사상 자체가 아니라 경세(經世)에 관심을 둔 특이한 사람이다. 요컨대 하륜, 조준, 황희, 이준경, 김육 등 사상의 길에는 작은 빛을 남겼으나 현실의 도로에는 굵은 자취를 남긴 재상들을 연구한다. 그리고 조선의 왕들을 정치가로서, 행정가로서 들여다본다. 이번 책은 후자의 결과인 셈이다. 2 이 책을 읽다가 문득 다시 깨달았다. 인간을 뜨겁게 만들고 심지어 목숨조차 걸도록 만드는 것은 윤리가 아니라 사실 정치였다는 것을, 윤리는 정치의 출발점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