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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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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능력주의의 역사적 기원 황경문 호주국립대 교수의 『출생을 넘어서』(백광열 옮김, 너머북스, 2022)가 출간되었다. 이 책의 주장은 상당히 논쟁적이다. 1 신분 의식은 현대 한국을 특징짓는 주요 요소이다. 고도로 근대화, 산업화한 나라 중에서 한국만큼 학력, 집안, 지역을 따지는 나라는 드물다. 높은 신분 의식과 고위 관료(명문대, 대기업, 언론사 등)를 향한 욕망은 한국 근대화의 고유한 특징 중 하나이다. 2 한국의 근대화는 제2신분집단, 즉 서얼, 중인, 무반, 향리, 서북 출신의 신분 변동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신분을 향한 현대 한국인의 끝 모를 갈망에는 이들의 욕망이 큰 영향을 끼쳤다. 3 조선 시대 내내, 이들은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절대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없는 조선 특유의 관료제를 통해 억압당했다. 조선의..
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1월 12일(일) 절각획선(切角劃線)은 책장의 귀를 접고 밑줄을 긋다는 뜻으로 리쩌허우가 쓴 글 제목에서 가져온 말이다. 이는 책의 핵심을 파악하려면 직접 몸을 움직여 체험하고 힘써 실천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을 읽기의 금언으로 삼아 매일의 기록을 남긴다. 그러고 보면 옛 선인들은 매일 읽은 것을 옮겨 적고, 나중에 이를 모아서 편집하여 하나의 책을 만듦으로써 읽기에 대한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그로써 새로운 지혜를 축적하고 표명했다. 이 기록이 언젠가 그 끝자락에라도 닿기를 바라면서. (1) 드니 디드로,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김희영 옮김, 민음사, 2013) 중에서 ― 자연은 너무나 다양하며 특히 인간 본능과 성격에 관해서라면, 자연으로부터 그 관찰과 체험을 취하는 시인의 상상력에서 괴상한 것은 아무것도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