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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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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독서공동체를 찾아서] <6> "9년 전 세 친구의 책 선물 나눔… 이젠 커다란 독서모임 됐죠"(보령 책 익는 마을) 프랑스의 소설가 아나이 닌이 말했다. “친구들은 각각 우리 내면에 있는 하나의 세계를 대변한다. 그들이 우리 삶에 도달할 때까지는 태어날 수 없었던 세계들 말이다. 그러므로 오직 만남을 통해서만 새로운 세계가 태어난다.” 과연 친구란 존재 자체가 기적이다. 홀로에서 둘이 되는 순간, 두 사람을 둘러싼 세상은 근본적으로 변혁된다.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삶이 불현듯 도래한다.세 사람이 있었다. 시쳇말로 ‘절친’이었다. 그중 하나가 책을 읽다 친구들한테 선물하고 싶어졌다. 배기찬의 『코리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다』(위즈덤하우스)였다. 친구들로서는 어른이 되어서 거의 처음 받는 책 선물이었다. 성의가 고마워서, 각자 읽고 나서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다. 한 달이 금세 지나갔다. 약속했기에 모두 ..
편집자가 필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이제 몸으로 하는 공부가 시대의 한 대세로 올라선 느낌이다. 단지 정보를 눈으로 읽어 받아들이고, 머리를 굴리며 키보드를 두드려 쏟아내는 일만으로 사람들은 헛헛할 뿐 만족할 수 없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길의 추구, 오솔길의 암시다.”라고 썼다. 알에 둘러싸인 채 태어나서 껍데기를 깨고 자신을 드러내려는 간절하고 안타까운 투쟁이야말로 인생에 진정한 활기를 불어넣는 행위다. 이 본능적 투쟁은 인간에게서 사라질 수 없다. 설령 잠시 약화되더라도 반드시 되돌아온다. 인간은 이러한 투쟁 없이 살아갈 의미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초연결시대에 정보 폭풍 속에서 한없이 시들어진 인간 본성을 편집은 어떻게 책으로 가져와 다시 일으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