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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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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감정 사전’을 비판적으로 다시 쓰다 김신식의 『다소 곤란한 감정』(프시케의숲, 2020)을 읽다. 이 에세이는 ‘심정’을 다루고 있다. 김경자・한규석의 논의를 빌려서 저자는 심정을 “상대방이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지닌 활성화된 속마음”으로 정의한다. 한마디로, 심정이란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상대방 마음에 신경 쓰도록 하는 감정의 특정한 작용이다.왜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 마음에 더 신경을 쓸까? 사회 내 위계가 사람의 감정을 불공평하게 표출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군가의 감정을 읽는다는 것은 한 사회가 감정을 처리하는 특정한 규칙을 다루는 일이고, 동시에 감정을 권력의 작동을 들여다보는 렌즈로 사용함으로써 한 사회 내부에 층층이 쌓여 있는 위계를 읽어내는 일이다. 이 책이 “한국사회의 감정 문화에 대한 비평”이면서 한국사..
[문화일보 서평] 타인에 대한 ‘연민’ 없이 민주주의, 제대로 작동할까 _마사 누스바움의 『감정의 격동』 경이(驚異).놀랍고 신기하다. 감각이 깨어나고 몸이 풀리면서 상념이 융기한다. 문장들이 누적되고 페이지들이 모이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는 낯선 지형을 머릿속에 만들어낸다. 이 지형도에는 ‘감정의 철학’ 또는 ‘감정의 인문학’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하리라. 이성의 사유가 아직 제대로 개척하지 못한, 때로는 의도적으로 배척하고 때로는 처치 곤란으로 미루어둔 광대한 황무지. 마음의 지층으로 볼 때 이성보다 아래쪽을 이루면서도 여전히 어둠에 남겨진 영역. ‘감정’이라는 이름의 신대륙이 마침내 지적도를 얻었다.사흘에 걸쳐 1400쪽에 이르는 책을 모두 읽었다. 역시 마사 누스바움이다. 그녀의 책은 지금까지 한 차례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공부를 넘어 교육으로』, 『시적 정의』, 『혐오와 수..
이성으론 설명 안 된다, 들끓는 한국 사회(중앙일보) 이성으론 설명 안 된다, 들끓는 한국 사회출판가는 지금 감정사회학 붐 출판가에서 ‘감정’이 주목받고 있다. 철학자 강신주의 『감정수업』,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 교수의 『감정 독재』, 번역서인 『탈감정사회』 등 감정을 공통분모로 하는 책이 지난해 말부터 잇따라 출간됐다. 올 상반기 중에 미국 법철학자 마사 너스봄의 신간 『Political Emotions(정치적 감정·가제)』도 출판사 글항아리에서 번역돼 나올 예정이다. 정치적 판단에 미치는 감정의 영향을 분석한 책이라고 한다. 이뿐 아니다. 계간 문예지 ‘문학동네’는 봄호 특집으로 감정을 다룬다. 바야흐로 ‘감정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강신주의 『감정수업』(민음사)은 시의성 있는 주제 선정에다 스타 강사인 저자의 인기가 한몫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