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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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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사의 지평에서 호모사피엔스 20만 년의 역사를 이야기하다 책을 읽고 있는데, 아내가 묻는다. “옥스퍼드 세계사? 영국(서구) 중심주의 서술 아니야?” 역사를 제 입맛대로 농단해 왔던 서양 제국주의에 대한 의심과 회의, 이것이 오늘날 세계사를 대하는 독자들의 일반적이고 정당한 태도이다. ‘도대체 세계사가 가능할까?’ ‘설령 그런 게 있더라도 인종주의(민족주의)에 오염되지 않았을까?’ 그러나 세계사는 가능하다. 세계가 하나로 연결됨에 따라, 또 인류의 역사가 생명의, 지구의, 우주의 역사라는 거대사의 지평에서만 이해될 수 있다는 사실이 명확해짐에 따라, 세계사를 큰 흐름 위에서 기술하려는 시도들이 늘어 가고, 이에 대한 독자들 반응도 뜨겁다.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데이비드 크리스천의 『빅 히스토리』,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등에 대한 열광은 ..
현명한 사람이 돼 생명을 구하라 질병이 인간 삶의 진실 환기 “문학은 인간 곤경의 기록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가오싱 젠의 말이다. 붓다에 따르면, 인간이 겪는 근본 고통은 태어나 늙고 병들고 죽는 네 가지뿐이다. 이들은 신의 완전성(불멸)에 대비해 인간의 근원적 유한성(필멸)을 뼈아프게 환기한다. 질병은 인간의 몸과 영혼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감염병은 말할 것도 없다. 짧은 기간에 쏟아진 대량의 죽음 앞에서 인간은 흔히 이성을 상실한 채 패닉에 빠진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윤리적 아노미에 떨어지는 것이다. 이럴 때 인간이 야만으로 돌아서지 않도록 문학이 인류의 정신을 수호한다. 『데카메론』과 『페스트』에서 보듯, 큰 병이 때때로 큰 문학을 낳는 것은 이 때문이다. 최영화의 『감염된 독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