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번역/대학 공부

[시골마을에서 대학을 읽다] 경지(敬止, 머무름을 공경하다)

『시경』에 이르기를, “아름답고 아름답구나, 문왕이시여! 아아, 밝디밝은 모습으로 머무름을 공경하는구나!”라고 했다. 

임금이 되어서는 인(仁, 어짊)에 머무르고, 신하가 되어서는 경(敬, 공경함)에 머무르고, 자식이 되어서는 효(孝, 효도함)에 머무르고, 부모가 되어서는 자(慈, 자애로움)에 머무르고, 사람들과 사귈 적에는 신(信, 믿음)에 머무른다.

詩云, 穆穆文王, 於緝熙敬止! 爲人君止於仁, 爲人臣止於敬, 爲人子止於孝, 爲人父止於慈, 與國人交, 止於信.


이 문장은 따로 독립되지 않고, 지난주 읽은 것에 이어집니다. 계속해서 지어지선(止於至善) 중 ‘지(止)’의 뜻을 밝히고 있습니다. 먼저 앞 문장부터 풀이해 보겠습니다.


『시경』에 이르기를, “아름답고 아름답구나, 문왕이시여! 아아, 밝디밝은 모습으로 머무름을 공경하는구나!”라고 했다.[詩云, 穆穆文王, 於, 緝熙敬止!]  

이 구절은 『시경』 「대아(大雅)」 편에 나오는 「문왕(文王)」이라는 시에서 따온 것입니다. 문왕은 이름은 창(昌)으로 달리 서백(西伯)이라고 불립니다. 태공망(太公望) 여상(呂尙)과 주공(周公) 희단(姬旦)의 보좌를 받아서 서쪽 변방에 있던 주나라가 상(商)나라를 타도하고 중원 땅을 차지해 새로운 왕조를 여는 기틀을 확고히 했습니다. 이 시는 문왕의 업적을 칭송한 시입니다. 

목(穆)은 두 가지로 해석됩니다. 모형은 아름다움으로, 주희는 심원함으로 풀이했습니다. 모두 문왕을 찬양하는 수식어인데, 여기에서는 좀 더 감각적인 ‘아름다움’으로 풀이합니다. 어(於)는 감탄사입니다. 오(嗚)로 발음합니다. 집희(緝熙)를, 정현은 밝게 빛난다는 말로, 주희는 ‘끊임없이 빛난다’는 말로 해석했습니다.

공영달은 경지(敬止)의 지(止)가 어조사로서 뜻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청나라 때 학자인 진굉모(陳宏謀)는 공영달을 좇아서 『시경』에서는 어조사가 맞지만, 『대학』에서는 뜻이 있다고 보아서 문왕이 그 머무르는 바를 공경해서 옮기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보았습니다.

본래 『시경』에서 ‘집희경지(緝熙敬止)’는 주나라 문왕이 밝은 덕을 지닌 사람을 공경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서는 본뜻과 관계없이 그 문장만을 따와, 문왕은 그 덕이 밝디밝고 [지극한 선에] 머무름을 공경한다는 뜻으로 썼습니다. 

‘머무름을 공경한다’는 말을 주희는 공경하지 않음이 없고 머무르는 바에 편안하지 않음이 없다[無不敬而安所止]고, 정약용은 [군자는] 그 머무르는 곳을 삼간다[愼其所止]고 풀었습니다. 박세당은 문왕이 이미 덕을 밝혔는데도 마땅히 거기에 머무르는 것을 공경했으니, 이는 문왕이 머무름을 터득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김용옥은 ‘지(止)’를 지향하다고 보고, ‘그침’이 아니라 ‘감’이며, 경지를 지극한 선을 목표로 해서 매진한다고 풀이했습니다. 


두 번째 구절로 넘어가겠습니다. 

임금이 되어서는 인(仁, 어짊)에 머무르고, 신하가 되어서는 경(敬, 공경함)에 머무르고, 자식이 되어서는 효(孝, 효도함)에 머무르고, 부모가 되어서는 자(慈, 자애로움)에 머무르고, 사람들과 사귈 적에는 신(信, 믿음)에 머무른다.[爲人君止於仁, 爲人臣止於敬, 爲人子止於孝, 爲人父止於慈, 與國人交, 止於信.] 

이 구절은 ‘경지(敬止)’를 부연한 것입니다. 처한 자리나 상황에 따라서 머물러야 할 바가 다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현은 지(止)를 지(至), 즉 이르다, 도달하다의 뜻으로 보았습니다. 정약용도 같은 의견이었습니다. 이 의견을 좇아 위인군지어인(爲人君止於仁)을 “임금이 되어서는 인을 이룩해야 하고”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여러 번 밝혔듯이, ‘止’는 그치거나 끝맺는다는 뜻이라기보다는 부족하면 지극한 선에 이르도록 애쓰고, 지극한 선에 이르렀으면 거기에 머무르고자 애써야 한다는 이중의 뜻을 담고 있습니다. 국인(國人)은 본래 성 안에 거주하는 특정한 사람들을 가리키지만, 오늘날에는 제약을 둘 이유가 없으므로 ‘사람들’로 옮기는 것이 타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