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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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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의 헤밍웨이가 남긴 글쓰기의 비결 《문화일보》에 실린 서평입니다. 『헤밍웨이의 말』(권진아 옮김, 마음산책, 2017)을 다루었습니다. 말년의 헤밍웨이가 남긴 네 편의 인터뷰를 엮은 가볍고 따스한 책입니다. 누구나 하룻밤 만에 읽을 수 있습니다. 말년의 헤밍웨이가 남긴 글쓰기의 비결 “우리 세대에 작가 헤밍웨이에게 감동받지 않은, 자기 전설의 창조자 헤밍웨이에게 매혹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나?”이 말이 입술을 탄 지 무려 60년을 훌쩍 넘겼지만, 이 ‘우리’가 전혀 ‘남’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열일곱 살에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읽고, 스무 살에 『무기여, 잘 있어라』를 읽고, 서른 살에 『노인과 바다』를 읽었다면, 아니 인생 어느 시기에 그의 작품을 한 편이라도 읽었다면, 이 말이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헤밍웨이는 항상 ‘지금 여기..
나는 선택하기를 거부한다 ―살만 루슈디의 『이스트, 웨스트』(김송현정 옮김, 문학동네, 2015)를 완독하다 나 역시 목에 밧줄이 감겨 있었고, 오늘날까지도 그 밧줄이 나를 이리저리로 끌어당기고 있다. 동과 서, 그 팽팽한 끈들이 명령한다. 선택하라, 선택하라.나는 껑충껑충 뛰고, 콧김을 내뿜고, 히힝 울고, 뒷발로 서고, 발길질을 한다. 나는 어떠한 밧줄도 선택하지 않는다. 올가미, 올무, 그중 어떠한 것도 선택하지 않는다. 듣고 있는가? 나는 선택하기를 거부한다. ―살만 루슈디, 「코터」, 『이스트, 웨스트』, 김송현정 옮김(문학동네, 2015), 232쪽 『이스트, 웨스트』를 드디어 완독하다. 작년 가을에 선물로 받아서 조금씩 아껴서 읽던 작품이다. 이 책에 담긴 아홉 소설들은, 동양과 서양 사이에 끼여서 정체를 이룩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진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주로 동양인으로 태어나 그 문화 속에서 정..
밀란 쿤데라 전집을 펴내면서 다음 주에 밀란 쿤데라 전집 열다섯 권이 드디어 완간된다. 1988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계간 《세계의 문학》에 실린 이래 스물다섯 해 만이다. 프랑스어권 바깥에서는 세계 최초로 출간되는 전집이다. 살아 있는 사람의 전집을, 그것도 외국 작가의 전집을 간행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이미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플레야드판 전집이 완간된 데다, 밀란 쿤데라가 1990년대 이후 한국 문학에, 더 나아가서 한국 문화에 끼친 공헌을 생각하면 그리 무리한 것도 아니다.밀란 쿤데라의 문학은 처음 번역 출판된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지금 글을 쓰는 한국의 어떤 작가도 결코 그에게 생각의 물줄기를 대지 않은 이들은 없을 것이다. 때로는 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