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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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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어둠과 사회의 어둠 ― 무라카미 하루키 풍월당 강연회에서 내면의 어둠과 사회의 어둠 ― 무라카미 하루키 풍월당 강연회에서 때때로 아무런 준비 없이 사람들 앞에서 짤막한 연설을 할 때가 있다. 본래 성격이 수줍어하는 편이라서 이럴 때는 정말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억지로 생각을 짜내고 심장 고동을 억누르면서 더듬더듬 한마디 보태는데, 대개는 횡설수설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지난 8월 2일 풍월당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학과 음악’이라는 주제로 강연회가 열렸다. 풍월당 주인 박종호 선생의 진행으로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민음사, 2013)에 나온 프란츠 리스트의 「순례의 해」(라자르 베르만 연주)를 감상하는 자리였다. 독자 100여 명과 함께 번역자인 양억관 선생을 모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갑자기 나와서 한마디 하라는 ..
게오르크 뷔히너의 『보이체크 · 당통의 죽음』(홍성광 옮김, 민음사, 2013)을 보고 읽고 듣다 어떤 책은 사람과의 만남 속에서 내 삶으로 들어온다. 요즘 읽은 책 중 하나인 게오르크 뷔히너의 『보이체크 · 당통의 죽음』(홍성광 옮김, 민음사, 2013)이 그렇다. 사실 나는 이 작품에 대해 잘 몰랐다. 뷔히너라면 작품을 제대로 읽어 본 적은 없고,(물론 대학 다닐 때 『당통의 죽음』을 읽기는 했지만) 그보다는 게오르크 뷔히너 상이라는 독일 최고의 문학상 중 하나에 붙은 이름으로 주로 들어 보았을 뿐이었다. 물론 이 문학상이 범상치 않은 것인 만큼 그 작품의 무게와 깊이도 남다를 것이 틀림없어 보였지만, 희곡이라서 그런지 좀처럼 읽어 볼 마음이 일지 않았다.그런데 기적처럼 뷔히너의 희곡을 읽게 된 계기가 연속으로 내 삶에서 일어났다. 그 첫 번째는 풍월당 대표이자 음악 평론가인 박종호 선생과의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