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죽지 않는다
출판 산업에 관한 이야기에 대중의 뜨거운 관심이 집중되지는 않습니다. 시장이 작고, 돈이 되는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역설적으로 그래서 미래를 살아가는 힘이 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어느 시대나 변방의 '급진성'이야말로 미래를 만들고, 결국 인간을 살리니까요. 출판 산업은 오래된 아날로그의 세계입니다. 하지만 탄생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꿈을 꾸는, 늙지 않는 미디어라는 본질이 있습니다. (97쪽)
오늘도 내일도 어떤 이유로든 책은 또 '죽을 거'라거나 '망할 거'라는 말을 들을 겁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책이라는 올드 미디어가 정말로 죽은 적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종이책은 살아남았습니다. 우리 곁에 지금도 존재합니다. (127쪽)
디지털이, AI가 모든 것을 뒤바꿀 것 같아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책을 둘러싼 아날로그 세계를 지키고 싶어 하는 마음이 곳곳에 살아 있습니다. 그것만이 할 수 있는 영역과 기능이 있습니다. 그것이 있는 한 출판 산업의 세계에 내일은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니 책도, 출판도, 책방도 먼 미래야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일까지는 우리 곁에 있을 겁니다. 내일의 세계는 책을 쓰는 사람, 만드는 사람 그리고 읽는 사람인 우리가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130쪽)
_한미화, 「책-출판-책방, 오래된 아날로그 세계를 지킨다는 것」, 김봉찬 외, 『우리 일의 미래』(메멘토, 2025)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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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답니다.
이 책은 김봉찬, 박진영, 손희정, 임소연, 장일호, 한미화 등이 출판, 언론, 과학, 페미니즘, 환경, 생태정원 등 자기 전문 분야의 일과 그 미래에 대해 했던 강연 내용을 기록한 책이다. 출판계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여성 편집자들 모임인 '출판하는 언니들'이 기획했다.
한미화의 글은 책 생태계의 역사 및 미래 전망에 대해 매우 잘 쓴 요약이다. 출판에 관심 있는 학생들한테 숙지해 읽힐 만한 글이다. 사실을 말할 때는 담담하고 서술적인데, 현재를 진단하고 전망을 이야기할 때는 열정적이고 예지적이다.
한미화 작가의 30년 내공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현장에서 들으면, 아마 마음이 울컥 했을 것 같다.
ps. 내 책도 한 줄 인용되어 있었다는 건 안 비밀!!!!
"초연결 사회에서 성공하는 출판사는 작가 또는 독자 주변에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이게 오늘날 출판의 기본 원리다. 이 한 줄만 기억하면 된다. 나머지는 출판사 사정에 따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