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직(職)

(245)
출생률 저하와 한국 출판 선진국에서 출생률 저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여성의 사회적 독립성이 중요해질수록 출생률은 떨어진다. 교육받고 똑똑한 여성이 취업을 통해 경제적 독립 문제를 해결하는 순간, 아이의 출산과 양육보다 자기실현을 더욱더 중요하게 여긴다. 따라서 출생률 저하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선진국의 공통 현상이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회 발전 속도로 인해 이에 미처 적응할 여유가 없었다. 그 결과가 기록적 저출산(2023년 0.68명 예상)이다. ​출생률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 선진국은 세 나라밖에 없다. 스웨덴(제도적으로 양성평등 강제), 프랑스(정상 가족 해체), 미국(이민)이다. 국민의힘이나 민주당 같은 보수 정당들은 대개 미국식 해결책을 염두에 두는 듯하다. 그중에서도 선별 이민이다. 고학력 ..
편집자의 매카시즘 리처드 에번스의 『에릭 홉스봄 평전』(책과함께, 2022)에서 사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극단의 시대』의 프랑스어판 출간을 둘러싼 이상한 논란이었다. 알다시피, 20세기 역사를 다룬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영국에서 거대한 성공을 거두었고, 전 세계 수많은 언어로 번역되어 비판적 논쟁과 함께 열풍을 일으켰다. 그런데 갈리마르, 알뱅 미셸, 파야르 등 프랑스 주요 출판사들이 제작비, 번역비 등을 이유로 이 책의 출판을 거부한 것이다. 전작인 『혁명의 시대』가 기대보다 안 팔린 이유는 분명히 있었으나 핑계였다. 논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극단의 시대』가 소비에트 중심으로 기울어져 미국의 역할을 과소평가하고 서구 민주주의를 폄훼하는 등 균형을 잃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극단의 시대』가 유대인 학살과..
롱테일 대 팬덤, 출판의 경우 롱테일에 대해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이건 기본적으로 제조업 모델이 아니라 유통업 모델이다. 예스24나 알라딘 같은 서점의 전략이다.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꼬리에서 판매를 모으고 또 모아서 수익을 남기는 것이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규모로도 아마 쉽지 않을 것 같다....ㅜㅜ 꼬리 부분은 마케팅 비용이 들지 않고 출고율 등은 높으므로, 대량으로 끌어모으면 마케팅 비용도 많이 들고 판매도 많이 되는 베스트셀러만큼 이익이 많이 남을 수 있다. 창고에 모든 제품을 쌓아 두어야 하면 당연히 이런 경제가 불가능한데, 데이터베이스로 일단 판매한 후 나중에 생산하거나 입고하는 디지털 경제에서는 롱테일이 작동 가능해진다. (크리스 앤더슨) 물론, 전자책이면 영원히 가능하다. 아마존이 단기적으로 손해 보고라도 전자..
편집자의 일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아마도 이상적인 출판사의 미래 모습은 저자가 제공하는 원자재인 원고를 다듬는 1차 산업, 책에 담긴 콘텐츠를 온라인 제품으로 재가공하는 2차 산업, 이를 다시 파생상품(만화, 게임, 영상자료)으로 연출하는 3차 산업이 한 지붕 아래 종합상사처럼 집합한 형태일 수도 있다. 출판사 편집자는 더 이상 잘 팔리는 필자 섭외와 오탈자 교정으로 전문성을 낭비하는 대신에, ‘열린 책’인 하이퍼텍스트의 건축가 또는 디자이너로 자신의 직업의 본질을 바꾸어야 한다. 마셜 맥루한이 창안한 고전적인 개념을 빌리자면, 책(문자)이 대변하는 ‘차가운 매체’와 영화(영상)가 상징하는 ‘뜨거운 매체’의 경계는 사라지고 ‘보이는 라디오’와 ‘읽어주는 오디오북’처럼 하이브리드 뉴 미디어가 지배하는 신세계에 우리는 이미 살고 있기 때문이..
완성작이 없으면 작가가 아니다(박찬욱) 박찬욱은 우선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의 의미를 일깨운다. 그는 “초보자의 문제는 장편 시나리오를 완성조차 못 한다는 것”이라며 “끝까지 써본 경험이 없다면 작가가 아니다. 나쁜 작가조차 못 되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그러면서 “정 좋은 생각이 안 나면 ‘싸구려 클리셰’를 동원해서라도 신(scene)을 메워라. 끝까지만 갈 수 있다면 문제의 그 아쉬운 장면으로 돌아가 어떻게든 해결을 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박찬욱은 스토리텔러의 기본 자질과 관련해 “쉽게 만족하지 말고 기준을 높게 가져라”고 말한다. “‘이만하면 된 거 같은데…’라며 대충 타협하면 안 된다. 늘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영화들과 비교하며 작업을 하는데도 이 정도밖에 못 만들고 있다. 기준조차 낮다면 아무것도 안 된다.” ==== 이렇답니다. ..
인쇄대란 “코로나 때 인쇄시장 숙련공 30% 정도는 빠져나갔어요. 특히 젊은 사람들이 택배로 많이 옮겼죠. 주문이 들어와도 사람이 없어서 책을 못 찍어요.” 한 인쇄업 관계자의 토로다. 만성적인 저임금 구조에서 초과노동수당으로 버티던 숙련공들이 주 52시간제와 코로나19가 시작된 뒤론 업계를 쉬이 떠난다고 한다. 불안정하지만 진입 장벽 낮고 수입도 나쁘지 않은 택배 배달이 더 낫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도 택배는 가장 만만한 선택지다. ==== 오늘자 한겨레 기사 일부다. 최근 우리 업계 현안이 한 문단 들어갔다. 플랫폼 택배 노동보다 정규직 인쇄 노동의 수입이 낮은 게 이슈다. 조만간 다가올 인구 충격은 이런 일자리를 송두리째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 저임금 저부가가치로 버티는 출판은 서..
20대의 독서 - 예스24에서 발표한 올 상반기 도서 판매 동향 자료에 따르면 20대의 도서 구매 비중은 전년 대비 0.4%p 정도 감소. 전년에 비해 50대∼60대의 구매 비중이 증가한 반면, 이를 제외한 10대∼40대 모두 전년에 비하여 도서 구매 비중이 감소 - 관심 있는 이슈가 있다면 20대 독자들은 기꺼이 책을 구매하고 있음. (예) 2016년 페미니즘 이슈, 2020년 비대면 대학 교재(?) 등... - 2021년 1월부터 6월까지 20대들이 많이 산 책 200위를 살펴보니 수험서/자격증 45종, 고등참고서 35종, 외국어 분야 33종, IT 모바일 15종으로, 절반이 넘는 128종이 모두 교재성 도서.... ㅜㅜ - 예스24는 지난해 12월 조사기관 오픈서베이에 20세∼39세 집단 소비자 인식 조사를 의뢰..
오디오 SNS, 독자를 만나는 새로운 방법 출판의 일은 저자와 독자를 연결하고, 쓰기와 읽기를 이어 주며, 책과 인간의 만남을 창출하는 게 전부다. 문제는 둘을 잇는 기술과 방법이 늘 변한다는 데 있다. 독자는 자신이 바라는 방식으로 소통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다양한 미디어가 넘쳐나는 요즘엔 좋은 콘텐츠를 선별하고 책을 잘 만드는 일은 기본이고 텍스트·이미지·동영상 등 서브 콘텐츠를 이용해 독자와 대화할 줄 아는 출판사가 생존에 유리하다. 지난 20년 동안 출판은 확연히 달라졌다. 출판사마다 온라인 블로그를 열고 카페를 구축해 회원을 모으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만들어 독자와의 직접 소통에 나섰다. 덕분에 인스타그램은 ‘북스타그램’이 됐고, 유튜브는 ‘북튜브’로 변했고, 독자 모임은 ‘북클럽’과 ‘아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