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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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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한서 이야기] 조조의 도굴 《동아일보》에 강인욱 선생의 연재 기고 「도굴 당한 ‘도굴 왕’ 조조의 무덤… 헛된 욕망의 쳇바퀴」에 조조의 도굴 이야기가 실렸다. 유명한 일화다. 도굴이 기승을 부리게 된 시점은 국가가 등장하고 왕이나 귀족들이 경쟁적으로 자신의 무덤에 수많은 보물을 넣어 저세상에서도 영화를 이어가고자 하면서부터다. 보물을 묻은 화려한 무덤이 많아지면서 무덤 속 보물을 탐내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삼국지의 간웅(奸雄) 조조는 중국 역사의 대표적인 도굴의 왕으로 꼽힌다. 중국 사서 ‘후한서’에 따르면 원소와 조조가 전쟁할 때 조조가 무덤을 파헤치는 부대인 발구중랑장(發丘中郞將)과 보물을 긁어모으는 모금교위(摸金校尉)라는 부대를 만들었다. 이들이 기원전 2세기 살았던 한나라 왕족인 양효왕(梁孝王)을 비롯해 여러 무덤을 도굴해..
[시골 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9] 공야장(公冶長) _공자의 사위 이야기 5-1 공자가 공야장을 두고 이야기했다. “사위 삼을 만하다. 비록 옥에 갇힌 몸이지만, 그의 죄는 아니다.” 그러고는 자기 딸을 그에게 시집보냈다. 子謂公冶長, 可妻也, 雖在縲絏之中, 非其罪也. 以其子妻之.공자는 제자들을 평하면서 가장 먼저 사위인 공야장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고는 그가 범죄 혐의로 옥에 갇힌 사람임을 환기한다. 고대에는 연좌의 위험이 있었기에, 죄인과 인척을 맺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공야장의 어떤 점을 좋게 보았기에 공자가 딸을 시집보낼 만하다고 말했는지는 문장에서는 알 수 없다. 공야장이 실제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구체적으로 전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자가 이런 사람에게도 딸을 시집보낸 사람인 것만은 분명하다. 공자는 사람 보는 눈이 아주 비범했던 것이다. 공자는 세간의 눈이 아니..
[논어의 명문장] 욕거구이(欲居九夷, 구이 땅에서 살고 싶다) 선생님께서 구이(九夷) 땅에서 살고 싶어 하셨다. [그러자] 누군가 말했다. “누추한데 어떻게 하시렵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군자가 거기에 산다면, 무슨 누추함이 있겠느냐?”子欲居九夷. 或曰, 陋, 如之何. 子曰, 君子居之, 何陋之有. 『논어』 「자한(子罕)」 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구절은 「공야장」 편에 나오는 “도가 행해지지 않아서 뗏목을 타고 바다를 떠돈다면[道不行, 乘桴浮于海]”이라는 구절과 같이 읽어야 한다. 사실 공자는 혼란한 세상을 떠날 마음이 전혀 없었지만, 여러 나라를 편력하면서 천하를 구하고자 하는 자신의 포부가 수용되지 못하는 현실에 때때로 좌절하곤 했다. 그래서 탄식하듯이 이런 말을 한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우선해서 읽어야 할 것은 ‘구이(九夷)’의 장소적 실체가 ..
[뉴스 속 후한서] [삶의 향기] 내 얼굴의 반쪽을 그린 초상(중앙일보) 어제 《중앙일보》 삶의 향기에 미술 평론가인 손철주 선생의 칼럼 「내 얼굴의 반쪽을 그린 초상」이 실렸다. 선생이 쓴 책과 글에 오래전부터 감탄해 오던 터라서 반가운 마음에 단숨에 읽었다. 친한 화가가 그려 준 얼굴 반쪽의 초상을 걸어 두고, 스스로 부족함을 보완하는 계기로 삼으리라는 내용이었다. 언제나 느껴 왔듯이 선생의 글에는 격조가 있는데, 특히 이번 칼럼은 조선의 선비가 쓴 족자를 걸어 두고 쓴 명(銘)을 읽는 기분이어서 더욱 깊은 맛이 들었다. 칼럼 중간에 『후한서』를 인용한 부분이 있었다. 인자무적(仁者無敵)의 전형으로 칭송받는 후한의 재상 유관(劉寬)의 이야기였다. 내 평생의 병통을 요약하는 말이 있다. 바로 ‘질언거색(疾言遽色)’이다. 질언거색은 ‘나오는 말이 급하고, 낯빛이 금방 바뀐다’..
[뉴스 속 후한서] [황종택의新온고지신] 상경여빈(相敬如賓) 며칠 전 《세계일보》 황종택 칼럼에 부부애를 이야기하면서 『후한서』 속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상경여빈(相敬如賓), 즉 [부부가] 손님처럼 서로 공경한다는 뜻이다. 3000여년 전 주나라 건국의 설계자 태공망은 “아내의 예절은 반드시 그 말이 고와야 한다(婦人之禮 語必細)”고 강조했다. 결국 부부 서로 위해줘야만 화평을 이룰 수 있다. ‘가족이니까 이해해 주겠지’라는 생각으로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면 파경을 맞을 수 있다. 그래서 ‘상경여빈(相敬如賓)’, 부부라도 손님 모시듯 서로 공경하라고 ‘후한서’는 가르치고 있잖은가. 태공망의 훈계는 계속된다. “어리석은 남편이 아내를 두려워하고, 어진 아내는 지아비를 공경한다(癡人畏婦 賢女敬夫).” 이 말은 『후한서』 권83 「일민 열전(逸民列傳)」 중 방공전(龐公..
[북카페] 후한서 본기 외(조선일보) 이번에 『후한서』를 출판하고 나서 주요 일간지 여기저기에 기사가 났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모두 감사드립니다. 하나씩 이 블로그에 옮겨서 차례대로 소개합니다. 후한서 본기|범엽 지음|장은수 옮김|새물결|3만5000원 조선 선비들이 필독 역사서로 읽어온 후한서(後漢書) 본기(本紀)가 처음 완역됐다. 역동적이었던 후한의 역사와 문화가 집약돼 있다.
‘후한서 본기’ 국내 첫 완역(해럴드경제) 이번에 『후한서』를 출판하고 나서 주요 일간지 여기저기에 기사가 났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모두 감사드립니다. 하나씩 이 블로그에 옮겨서 차례대로 소개합니다.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중국 고대사를 기술한 대표적인 기전체 역사서 중 하나로 꼽히는 범엽(398~445)의 ‘후한서 본기’(새물결)가 국내 최초로 완역돼 출간됐다. ‘본기’와 ‘열전’ ‘지’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된 ‘후한서’는 사마천의 ‘사기’, 반고의 ‘한서’, 진수의 ‘삼국지’와 함께 중국사 전체를 포괄하는 이십오사 중 으뜸인 ‘사사’로 불린다. 이 책의 출간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국내 최초 완역’이라는 점말고도 또 있다. 번역자다. 문학평론가이자 편집인으로 오랫동안 출판계에 몸담아왔던 민음사의 장은수 대표가 1965년 5월 중화서국이 간..
어지러운 시대, 答은 있나…2000년 전 中 왕조에 묻다(매일경제) 이번에 『후한서』를 출판하고 나서 주요 일간지 여기저기에 기사가 났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모두 감사드립니다. 하나씩 이 블로그에 옮겨서 차례대로 소개합니다. 전한을 멸망시킨 왕망의 신나라는 불과 10년 만에 잇단 실정으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는다. 전한 경제의 6대손 유수가 고향인 남양군에서 의병을 일으켜 서기 25년에 한나라를 재건하고 황제에 오르니 그가 곧 후한 광무제다. 그에 이은 명제, 장제, 화제 치세에 전성기를 맞지만 이후 어린 황제들이 연속해 즉위하자 외척, 환관, 호족 등에 의한 투쟁이 본격화하면서 순식간에 나라가 도탄에 빠진다. 조조, 유비, 손권이 패권을 놓고 싸우는 삼국쟁패 시기를 맞아 결국 마지막 헌제가 조조의 셋째 아들 조비에게 겁박을 받고 황제 자리를 양위하면서 후한은 220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