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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 머리가 좋아질까 (1) 생물학적 의미에서 인간의 지적 능력은 약 2만 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 조상들도 우리만큼 똑똑했다. 우리의 뇌는 여전히 구석기 시대의 (현대적) 뇌와 같다. ​ (2) 변화한 것은 뇌가 아니라 여러 세대에 걸쳐 경험을 축적하고 전달하며 학습하고 활용하는 문화적 역량이다. 기호와 문자의 발명은 인간과 동물의 문화적 역량을 가르는 결정적 사건이다. ​ (3)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현재 인간 뇌의 일반적 배선 상태는 구석기 인간의 일반적 배선 상태와 다르다. 문화적 역량은 인간 뇌의 물리적 배선 상태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 (4) 인간은 자기 규율을 통해서 집단 및 주변 환경에 더 적응하기 쉬운 방식으로 자신을 길들인다. 뇌를 문화에 맞추어 길들이는 것은 인간 지능 발달에..
비독서 시대 오늘날 글은 읽지만 책은 읽지 않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글 읽기와 책 읽기는 다르다. 비독서는 우리 정신에서 많은 것을 소실시킨다. 책은 관조(theoria) 미디어다. 책은 종합적 분석, 비판적 통찰, 느린 지혜, 섬세한 감각을 주고받으려고 진화한 기계다. 독서는 독특한 읽기 양식을 요구한다. 천천히 읽기(Slow Reading), 능동적 읽기(Active Reading), 꼼꼼히 읽기(Close Reading), 다시 읽기(Re-reading) 등을 충분히 훈련하고, 지속적으로 반복 학습하며, 다양한 상황에 꾸준히 적용해 보지 않으면 우리는 ‘읽을’ 수 없다. 독서는 무척 힘들기 때문에, 일단 비독자가 된 사람 중에 스스로 독자가 된[독자로 되돌아온] 사람은 거의 없다. 인간은 (훈련되기 전에는)..
책 수집가들만 아는 책의 뒷담화 책 수집가에게 양심과 염치는 사치다. 물고기에게 잠수복만큼이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기도 하다.(48쪽) 이 바닥 선수들은 지인이 중고책 전문가랍시고 구하기 어려운 책을 구해 달라고 부탁하면 전혀 귀찮아하지 않는다. 몰랐던 희귀본을 알게 해 준 지인에게 감사하며(오직 마음속으로만), 이런저런 자신만의 경로로 그 책을 찾다가 2권 이상이 나오면 다행이지만, 1권밖에 없으면 그 지인에게 할 말은 딱 하나이다. “찾아봤지만 내 재주로는 못 찾겠는걸. 미안해.” 그러곤 다음날 배송되어 올 친구가 알려준 희귀본을 기다리면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한다. 물론 양심의 가책 따위는 느끼지 않는다. (98~99쪽) 확 와 닿는 말이다. 박균호의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소명출판, 2021)은 책 수집가들의 무..
사람들이 사라진다 우리 사회에 실종자와 가출인이 늘고 있다. 실종자는 아동, 지적 장애인, 치매 환자 중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은 이들을 말한다. 실종자 숫자는 2017년 3만 8789명에서 2019년 4만 2390명으로 지난 3년 동안 15.2% 증가했다. 성인 실종자를 뜻하는 가출인 숫자도 같은 기간 6만 5830명에서 7만 5432명으로 14.6% 늘었다. 작년 한 해 합쳐서 11만 7822명에 이른다. 이들 중 시간이 흘러도 발견되거나 돌아오지 않고 영영 사라지는 사람도 증가 중이다. 미발견 실종자는 2017년 18명, 2018년 25명, 2019년 186명으로 늘었고, 가출인 역시 671명, 809명, 1436명으로 증가세다. 시간이 흐르면 작년 숫자는 서서히 줄지 모르나 그 추세는 변하지 않을 듯하다. 사람들..
2019 국민독서실태조사 요약 1. 성인 종이책 연간 독서율은 52.1%, 독서량은 6.1권으로 2017년에 비해 각각 7.8%포인트, 2.2권 감소. 2. 초·중·고교생 종이책 연간 독서율은 90.7%, 독서량 32.4권, 2017년 대비 독서율 1.0%포인트 감소, 독서량 3.8권 증가. 3. 전자책 독서율은 성인 16.5%, 학생 37.2%로 2017년보다 각각 2.4%포인트, 7.4%포인트 증가. 20~30대 중심 증가 폭 확대. 오디오북 독서율은 성인 3.5%, 학생 평균 18.7%(초등학생 30.9%, 중학생 11.6%, 고등학생 13.9%). 4. 전자책, 오디오북 포함 연간 독서율은 성인이 55.7%, 학생은 92.1% 기록. 5. 대학생 독서율은 2017년 대비 2.7%포인트, 30대는 2.0%포인트 증가, 반면에 5..
사랑할 수 있는 지겨움 프로그램을 하다 보면 자꾸 섭외에 신경 쓰게 돼. 그게 제일 티가 많이 나거든. 안에서 '그 피디 열심히 하네.' 소리도 듣기 쉽고, 밖에서 기사도 많이 나고. 그런데 진짜 중요한 건 매일 하는 코너야. 오프닝 같은 거 있잖아. 매일 반복하는 코너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그 프로그램의 성패를 결정하는 거야. _장수연, 『내가 사랑하는 지겨움』(라이킷, 2020) 중에서 MBC 라디오 장수연 PD의 에세이집.오후에 눈에 들어와, 한 시간, 가볍게 읽다. 어떤 일이든, 핵심은 반복에 달려 있다.나쁜 회사들은 리더가 매일 규칙을 바꾸고,그 때문에 점점 나쁜 회사가 된다.좋은 회사는 어제 한 일을 오늘 또 하고,그럴수록 점점 좋은 회사가 된다. 사랑할 수 있는 지겨움이 있다면,잘 살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
책을 떠나보내면서 매년 연말이 되면, 책을 정리해 동생이 일하는 시골 도서관으로 보낸다. 한 해 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사고 얻고 받은 책이 수백 권. 침실을 작은 방으로 옮겨 안방을 서재로 쓰고 거실 한쪽 벽까지 모두 책장을 세웠지만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 책을 겹쳐 꽂을 서가는 이미 없고, 바닥에 쌓고 늘어놓는 바람에 손발 둘 곳이 더 이상 없을 지경이다. 어쩔 수 없이 몇 해 전부터 연말에 한두 달 틈나는 대로 시간을 들여 책을 처분해 왔다. 세 해 이상 들추지 않은 책을 버리라고 하는 이도 있다. 동의하지 못한다. 책은 읽으려고 사는 게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서가의 책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을 읽는 경우가 더 많다. 요즈음 도서관에선 출간된 지 다섯 해 이상 지난 책은 기증 자체를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
책이 말한다, 이 부정의한 세상에 - 마흔 권의 책으로 말하는 2010년대 책 의 결산 2019년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또한 달리는 말에서 갈라진 벽의 틈새를 보듯, 2010년대도 훌쩍 지나갔다. 지난 10년 책의 세상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2009년 아이폰 출시와 함께 ‘스티브 잡스’가 열어젖힌 ‘제4차 산업혁명’의 봇물에 휩쓸려 그사이 삶의 전 영역이 ‘좋아요’와 ‘하트’ 놀이에 중독됐다. ‘생각을 빼앗긴 세계’에서 우리는 어느새 정보와 상호작용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이 됐다. 머리 한쪽이 늘 멍한 산만함에서 우리 정신을 지켜 주는 것은 역시 호흡 긴 서사인 책밖에 없다. 우리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다시, 책으로’ 돌아와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책의 대지에 핀 꽃들은 자주 불(不)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먼저, ‘정의란 무엇인가’가 사유의 어둠 속에 찬란한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