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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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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국제도서전을 다녀와서 한국 출판의 길을 묻다(한국일보 기고) 거대함이 새로움을 통해 더 거대해진다. 새로움은 거대함을 힘입어 더 새로워진다. 규모와 혁신이 서로 디딤돌을 이루어 성장의 높이를 지속한다. 꿈결 같은 시절엔 모두가 열정으로 가슴이 타고 상상력이 빵처럼 부푼다. 천재가 천사를 만나면서, 접힘에서 펼침의 세계를 조감하고 현실에서 가능의 기적을 이룩한다. 이것이 지금의 베이징이다.세상이 근심 없이 배를 두드리는데, 출판이 어찌 땅을 때려 크게 화답하지 않으랴. 지난 수요일에 열려 일요일에 폐막한 제30회 베이징 국제도서전은 자신감으로 한껏 고양된 중국 출판의 현 단계를 뚜렷이 보여주었다. 종합관, 아동관, 해외관 등 여섯 곳으로 나누어진 전시장 총 면적은 7만 8600m2로 작년보다도 20%가량 확장되었다. 해마다 넓이가 증가하는 중이다. 출판사도 2400..
아디오스, 마르케스! 오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세상을 떠났다. 여든일곱 살이다.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되어 버린 자서전의 제목처럼 마르케스는 전 세계의 독자들을 매혹시킨 뛰어난 이야기꾼으로서 평생을 살았다. 독재와 가난으로 얼룩진 남미의 현대사를 배경으로 고통받는 민중들의 삶을 특유의 환상적 상상력으로 승화한 그의 작품들은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새로운 문학의 영토를 이룩했다. 그리고 그의 영지는 수많은 후배 작가들과 독자들이 문학을 순례할 때 반드시 들러야 하는 필수 코스가 되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ia Marquez(1927년 3월 6일~2014년 4월 17일) 마르케스의 타계 소식을 듣고 곧바로 『백년의 고독』(조구호 옮김, 민음사, 2000)을 다시 꺼..
모험과 긍정의 인간, 돈키호테(한겨레 기고) 《한겨레》 출판면에 ‘편집자가 고른 스테디셀러’라는 코너가 있다. 이곳에 글을 맡아서 세 번 쓰게 되었다. 첫 번째로 고른 책은 최근에 다시 완독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박철 옮김, 시공사, 2004)였다. 아래에 옮겨 둔다. 지난해 5월, 편집자로 일한 지 스무 해째 된 것을 기념해 아내와 함께 스페인을 여행했다. 지중해의 뜨거운 태양이 세속의 번뇌를 증발시키고, 늦도록 들지 않는 밤과 온화한 바람이 산책을 한없이 부추기는 가운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같은 질문에서 ‘편집이란 무엇인가’ 같은 질문까지 온갖 의문을 떠오르는 대로 풀어 놓고 마음껏 생각을 즐겼다.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라는 말로 정리했는데, 내 인생은 어떤 말로 요약할 수 있을까. 그러다 한..
담백한 글 『무미예찬』과 뜨거운 글 『혁명――광활한 인간 정도전』을 읽다 조금은 무기력한 주말이다. 안으로 밖으로 번잡한 생각이 많아 하루 종일 집중하기 어려웠다. 아침에는 『심경호 교수의 동양 고전 강의 ―― 논어』(민음사, 2013)를 읽고, 한낮에는 정민 선생의 『우리 한시 300수』(김영사, 2014)를 읽고, 저녁에는 『괴테 시 전집』(전영애 옮김, 민음사, 2009)를 읽었으나, 한온(寒溫)을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인지 중년의 절정으로 치닫는 나이 탓인지 마음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월요일 아침까지 YES 24에 보낼 글을 한 편 써야 하는데, 생각만 굴릴 뿐 손조차 내밀지 못하고 있다. 개인적인 번역서 한 권을 내는 문제로 새물결의 조형준 형과 대학로에서 만나 온갖 수다를 떨었다. 형은 뉴욕에서 두 해 정도 살다가 돌아온 지 열흘쯤 되었는데, 외국물을 길게 먹은..
밀란 쿤데라 전집을 펴내면서 다음 주에 밀란 쿤데라 전집 열다섯 권이 드디어 완간된다. 1988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계간 《세계의 문학》에 실린 이래 스물다섯 해 만이다. 프랑스어권 바깥에서는 세계 최초로 출간되는 전집이다. 살아 있는 사람의 전집을, 그것도 외국 작가의 전집을 간행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이미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플레야드판 전집이 완간된 데다, 밀란 쿤데라가 1990년대 이후 한국 문학에, 더 나아가서 한국 문화에 끼친 공헌을 생각하면 그리 무리한 것도 아니다.밀란 쿤데라의 문학은 처음 번역 출판된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지금 글을 쓰는 한국의 어떤 작가도 결코 그에게 생각의 물줄기를 대지 않은 이들은 없을 것이다. 때로는 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