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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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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무엇으로 변화하는가 세상을 바꾸어 보겠다고, 생활을 바꾸어 주겠다고 소리치는 목소리들이 기세등등하다. 주변에서도 온통 누가 더 잘 할까 이야기로 시끄럽다. 대선 이야기다. 그러나 이들 중 정말 인간이 무엇으로, 어떻게 변화하는지 생각해 본 사람은 드문 듯하다. 청년 도스토옙스키는 야심만만했다. 스물네 살 때 ‘가난한 사람들’로 데뷔해 ‘고골이 다시 태어났다’라는 칭송을 들으면서 문단에 등장했다. 자신감 넘쳤던 청년은 곧이어 유럽 전역에 몰아닥친 혁명의 물결에 뛰어들었다. 공상적 사회주의자 그룹에 참여해 차르 체제를 비판하고 농노 해방을 꿈꾸다 동료들과 함께 체포돼 사형선고를 받았다. 극적 효과를 노린 차르의 정치 쇼에 불과했으나 영문도 모른 채 처형장에 섰던 도스토옙스키는 닥쳐온 죽음의 공포 속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마지..
도스토옙스키와 민중의 발견 우리 민족의 가장 숭고하고 단호한 성격의 특징은 정의감과 그것에 대한 갈망이다. 어느 곳에서나,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것이 가치가 있건 없건 수탉처럼 달려드는 습성, 이런 결점은 그들에게 없다. 표면에 뒤집어쓰고 있는 껍질을 벗겨 버리고, 아무런 편견 없이 신중하게 그 알맹이만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면 된다. 그러면 민중들에게서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될 것이다. 현자도 민중에게는 가르칠 것이 많지 않다. 단언하건대, 오히려 반대로 현자들 자신이 민중에게서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 표토르 도스토옙스키, 『죽음의 집의 기록』, 이덕형 옮김(열린책들, 2010) 중에서 ==== 죽을 위기를 넘어서서, 또 죽을 정도로 힘들었던 시베리아 감옥 생활에서 도스토옙스키가 발견한 민중의 진실이다. 고통 어린 ..
인간이란 웅성거리는 소리, 시끄러운 소리, 웃음, 욕설, 쇠사슬 소리, 악취, 그을음, 삭발한 머리들, 낙인 찍힌 얼굴들, 남루한 의복, 이 모든 것이 욕설과 혹평의 대상이 되곤 했다……. 그렇다. 인간은 불멸이다! 인간은 모든 것에 익숙해질 수 있는 존재다. 나는 이것이 인간에 대한 가장 훌륭한 정의라고 생각한다. ― 표토르 도스토옙스키, 『죽음의 집의 기록』, 이덕형 옮김(열린책들, 2010) 중에서 ===== 이렇답니다.
밀란 쿤데라 전집을 펴내면서 다음 주에 밀란 쿤데라 전집 열다섯 권이 드디어 완간된다. 1988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계간 《세계의 문학》에 실린 이래 스물다섯 해 만이다. 프랑스어권 바깥에서는 세계 최초로 출간되는 전집이다. 살아 있는 사람의 전집을, 그것도 외국 작가의 전집을 간행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이미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플레야드판 전집이 완간된 데다, 밀란 쿤데라가 1990년대 이후 한국 문학에, 더 나아가서 한국 문화에 끼친 공헌을 생각하면 그리 무리한 것도 아니다.밀란 쿤데라의 문학은 처음 번역 출판된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지금 글을 쓰는 한국의 어떤 작가도 결코 그에게 생각의 물줄기를 대지 않은 이들은 없을 것이다. 때로는 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