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과 도서관
1870년에서 1920년 사이 소설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선봉에는 국가의 녹을 먹는 공공도서관 전문 사서들이 포진했다. 영국 도서관협회, 미국 도서관협회, 프랑스 도서관협회 사서들이 그 공격을 주도했다. (역사상 대부분의 시기 동안, 사서들은 검열에 저항하기보다 검열의 일부로 행동했다.)
원칙적으로 공공도서관은 역사, 지리, 그리고 상당히 전문적이며 과학적인 책을 선호했다. 그러나 1890년대에 접어들면서 공공도서관 대출도서 중 65~90퍼센트가 소설이었다. 무시할 수 없는 큰 변화였기에 사서들은 할 수 없이 회원들이 바람직한 소설을 읽도록 이끄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들은 (억지로 눈감아 줄 수 있는) 경박한 것과 (유럽과 미국에서 폭발적으로 팔리면서 독자들 혼을 빼놓는 값싸고 선정적인 소설들의 특징인) ‘ 사악한 ’ 것을 애써 구별하려 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야 도서관은 19세기 내내 강조된 사회개혁 도구라는 역할을 벗고 계몽과 진보와 구원의 원천이라는 새 역할을 떠맡았다.
라디오, 영화, 궁극적으로 텔레비전이란 원거리통신 시대의 새로운 위협과 멱살잡이를 하기도 전이었다. 이들 세 미디어는 모두 독서 대신 여가를 차지하겠다고 사람들을 홀리고 있었다.
20세기가 흘러가면서 소설이 실은 도서관 퇴화를 막아줄 가장 든든한 방파제라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졌다. 소설과 사랑에 빠지는 것이 도서관 생존의 비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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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답니다.
근대 도서관의 역사는 소설에 대한 공포로 물들어 있다.
그러나 소설과의 싸움에서 도서관이 승리했던 적은 한순간도 없다.
사서들이 좋은 책이라고 비치했던
종교서, 전문서 등은
대부분 도서관 서가에서 먼지만 쌓여 가기 십상이다.
독자들은 소설 없는 도서관에 오려고 하지 않는다.
물론, 이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요즘은 라노벨, 웹소설 종이판, 웹툰 종이판 등이 금서 목록에 올라 있다.
이들과 투쟁에서 과연 도서관은 이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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