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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책에 주의하세요

편집마왕 2025. 2. 4. 09:29

출판계 ‘베스트셀러 따라하기’

제목·표지 흡사한 책들 논란

유사책이 원본보다 인기끌기도

같은 책이라고 착각했다. 크라프트지로 된 표지 한가운데에 위치한 부처의 실루엣, 저자 또한 일본인이다. 그리고 제목은 ‘초역 부처의 말’과 ‘초역 붓다의 말’로 자세히 읽지 않으면 개정판이라고 오해할 만큼 유사한 두 책이 출판 시장에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다. 지난 2023년엔 자기계발서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의 인기 속에 ‘기분’과 ‘태도’가 단골 제목이 됐다면 이제는 ‘부처’인 것일까. 최근 ‘초역 부처의 말’이 다시금 주목을 받은 가운데 출판계 ‘유사 책’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출간된 후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까지 진출했던 ‘초역 부처의 말’(포레스트북스)은 공교롭게도 최근 다시 화제다. 걸그룹 아이브(IVE)의 장원영이 한 방송에서 책을 언급한 이후 판매량이 20배 급증했고 지난주 종합 베스트셀러 일간 3위까지 기록했다. ‘생각 버리기 연습’으로 잘 알려진 일본의 스님 출신 작가인 코이케 류노스케의 신간으로 부처의 메시지를 간결한 현대어로 쉽게 재해석해 어지러운 삶 속 위로와 해답을 찾고 싶은 20·30세대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뒤이어 지난달 등장한 유사 책 ‘초역 붓다의 말’(빌리버튼)은 겉모습은 흡사하지만 표지만 넘겨보면 전혀 다른 책이다. 일본에서 200만 부가 넘게 판매된 밀리언셀러 ‘초역 니체의 말’의 저자 시라토리 하루히코가 쓴 책으로 부처의 말 바로 옆에 필사 노트를 붙여 독자들이 부처의 경구를 더욱 깊이 새기고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왔다.

출판계에서 베스트셀러 따라 하기 전략이 비일비재하다곤 하지만, 발 빠르게 책을 낸 출판사 입장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포레스트북스의 한 관계자는 “출판시장이 안 좋은 상황에서 열풍이 불면 따라 하는 것이 이해는 되지만 지나치게 비슷한 책을 내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빌리버튼 출판사 관계자는 “사실 책 계약은 이전에 ‘니체의 말’을 쓴 유명 저자라서 진행한 것인데 제작 중에 ‘초역 부처의 말’과 종이가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일부 오해도 있고 참고한 부분도 있지만 미리 배제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는 포레스트북스 측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초역 부처의 말’의 인기로 인한 낙수효과는 아직까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출판시장에 등장한 ‘유사 책’은 원본 책보다 인기가 높아지는 기현상을 낳기도 했다. 지난 2020년 출간 후 1년이 되지 않아 10만 부가 넘게 팔린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가 큰 인기를 얻자 2021년에는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으려면’, 2022년에는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가 연이어 나왔다. 두 권 모두 자기계발 분야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가장 마지막에 나온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는 저자명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클레이하우스)로 알려진 김수현 작가와 같아서 더욱 논란이 됐다. 이후 후발주자였던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는 20만 부 이상이 판매돼 지난해까지 베스트셀러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장은수 출판평론가는 “책 표지와 제목 등을 베스트셀러와 유사하게 만드는 ‘2등 출판 전략’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지만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면 출판사들의 기획력 자체가 떨어지고 ‘깨진 유리창 이론’처럼 출판시장 전체를 망가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포레스트북스에서 출간된 ‘초역 부처의 말’(왼쪽)과 최근 나온 빌리버튼의 ‘초역 붓다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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