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雜文)/걷는 생각

정의를 택할 때 삶을 고결해진다

편집마왕 2025. 2. 4. 06:44

새해가 되었다. 한 해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좋은 삶, 바람직한 생활을 생각할 때다. 묵은 삶을 버리고 새 삶을 살겠다는 다짐이 넘쳐난다. 대개 성적을 바라고 승진을 꿈꾸며 부를 열망한다. 소시민다운 소망이지만, 이는 너무나 물질적・세속적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우리 삶을 더 나은 쪽으로 고양하는 건 미덕의 함양이다.

미국 작가 라이언 홀리데이의 『정의 수업』(다산초당, 2024)에 따르면, 용기, 절제, 정의, 지혜 등 미덕은 우리에게 올바르고 명예롭고 탁월한 삶으로 가는 열쇠를 제공한다. 작가는 이 네 가지 미덕에 관한 책을 차례로 써왔는데, 이번엔 정의의 미덕을 다룬 책이 나왔다. 

홀리데이에 따르면, 정의는 “위험한 자리에서 공정함을 유지하는 태도”이고, “선과 악, 옳은 일과 그른 일, 윤리와 비윤리를 분별”하는 행위다. 인간의 정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큰 흐름에서 일치한다. 우리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은 좋아하나 거짓말쟁이는 싫어하며, 공동선을 위해 애쓰는 이는 존경하나 제 욕심만 부리는 자는 혐오한다. 그래서 유대 랍비 힐렐은 우리 안에 있는 윤리의 나침반을 한 줄로 요약한다. “너 자신에게 해로운 일을 이웃에게 행하지 말라.” 이는 정의의 규준이고, 인생의 황금률이다.

정의로운 삶을 살려면 먼저 ‘스스로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 어둠의 세상에선 흔히 악이 처벌받지 않으려 고개를 높이 쳐들고 입 바른 변명을 늘어놓곤 한다. 이럴 때 불의와 불공평이 우리를 지배하게 놔둘 수도 있고, 이에 저항하면서 청렴하고 정직하고 품위 있게 살 수도 있다. 로마의 시인 유베날리스는 폭압에 굴복해 정의를 버리고 미덕을 포기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폭군이 당신에게 거짓을 말하도록 명령해도, 명예보다 목숨을 소중히 여기거나 살기 위해 살아갈 이유를 잃는 걸 경멸하시오.”

올바름에 힘을 기울이고, 정당함을 위해 노력할지를 따지지 않는 삶은 설령 화려해도 피상적일 뿐이다. 정의를 따르는 것만이 우리의 영혼을 자유롭게 하고, 삶을 더욱더 의미 있게 할 수 있다.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은 말했다. “올바른 삶은 그 자체가 보상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헌신하는 삶은 우리를 자괴감이 아니라 자존감으로 가득 채우기 때문이다. 돌이켜서 자기조차 사랑할 수 없는 삶은 불행할 뿐이다. 

간디는 정의의 깃발을 높이 들고 일곱 가지 사회악을 척결하는 걸 평생 과업으로 삼았다. “노동 없는 부,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지식, 도덕성 없는 상업, 인간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종교, 원칙 없는 정치”다. 이런 폭력과 불의에 삶을 내주면 후회와 죄책의 길로 떨어진다. 정의를 택할 때만 삶은 고결하고 위대해진다. 새해 벽두, 혼란한 세상에서 깊이 그 의미를 새길 만하다. 

 

라이언 홀리데이, 『정의 수업』, 이경희 옮김(다산초당,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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