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과 서평/절각획선(切角劃線)

밑줄과 반응 2012년 5월 29일 (화)

편집마왕 2012. 5. 30. 08:53



1


기술적 후진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미디어 비즈니스는 기술 비즈니스가 아니다. 그러나 미디어 비즈니스는 특히 기술적 변동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나는 이른바 유서 깊은 출판사인 파버 앤드 파버(Faber & Faber)를 경영하고 있다. 우리 비즈니스는 대부분 저자로부터 저작권을 사들이고 독자들을 발견하며 저자들을 위한 가치를 창조하는 일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 일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창업한 이래 80년 동안  우리는 인쇄본(책)을 통해서만 그 일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책, 전자책, 온라인 학습(우리가 직접 구축한 강좌들), 「황무지」 애플리케이션 같은 디지털 출판, 그리고 웹을 통해서 그 일을 할 수 있다. 기술적 변동은 기회를 박탈하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더 커다란 기회를 주고 있다. 


영국의 유서 깊은 출판사 파버 앤드 파버의 최고 경영자 스티븐 페이지가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밑줄 친 말이다. 거칠게 번역한 것인데, 출판의 본질과 디지털 시대에 할 일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는 이어서 다음과 같은 말도 덧붙였다. “작가들을 위해 독자들과 가치를 창조하는 방법을 아는 것”, 정말 기억해 둘 만한 말이다.


우리의 유산은 책을 독자에게 전하면서 작가들을 위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다. 우리의 유산은 작가들과 작품들과 맺은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관계와 투자이다. T.S. 엘리어트에서 세이머스 히니까지, 윌리엄 골딩에서 바바라 킹솔버까지, 헤럴드 핀터에서 폴리 스턴햄까지 그 일은 계속되어 왔다. 우리의 유산은 지난 80년 동안 출판을 하면서 쌓아 온 출판권(종이든 디지털이든)이다. 우리의 유산은 작가들을 위해 독자들과 가치를 창조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진심으로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출판하기 때문에 우리는 브랜드라 불리는 유산을, 쓰기와 읽기의 세계에서 고유한 정체성을 갖고 있다.


2


단순성이란 잡동사니의 부재가 아니다. 그것은 단순성의 결과일 뿐이다. 단순성은 본질적으로 한 객체와 제품이 있어야 할 곳과 목적을 그려내는 것이다. 잡동사니의 부재란, 다만 그런 게 없는 제품만을 가리킬 뿐이다. 그건 단순한 게 아니다. (조너선 아이브) 


《텔레그래프》와 한 최근의 인터뷰에서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가 한 말이다. 애플의 모든 사업 모델이 이 말 한마디에 집약되어 있다. 모든 사물이 있어야 할 곳과 그 목적을 그려내는 것, 그건 소비자들을 위해 최고의 사용성을 발견하는 일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깊이 숙고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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