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돈키호테의 끝이 보이다
월요일 철학자 강신주가 SBS 텔레비전 힐링 캠프에 출연한 덕분에 『감정 수업』(민음사, 2014)의 판매량이 세 배 정도 올랐다. 관련해서 여러 가지 일들을 챙기느라 도저히 틈을 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작년도 직원 업무 평가도 하고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곧 나올 책에 실린 좌담 원고 정리도 하느라 사적인 글을 쓸 시간은 없었다.
오늘 낮에는 『심경호 교수의 동양고전 강의 ―― 논어』(민음사, 2013)을 낸 심경호 선생님을 만나서 점심을 먹었는데, 새롭고 신기한 이야기도 많이 듣고, 환갑의 나이에도 학문의 열정에 불타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 나이 들어서도 계속 배우고 공부하고 읽고 쓸 수 있다면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이제 『돈키호테』(시공사, 2004)의 끝이 보이는데, 너무나 아쉽다. 다 읽고 나면 관련 논문들을 구해 이런저런 것을 확인하고 싶고, 몇 년 안에 다시 읽으면서 세월을 변화를 기억하고 싶다.
(1) 로버트 콜스, 『하버드 문학 강의』(정해영 옮김, 이순, 2012) 중에서
― 자동차는 너무 빨리 왔다 가. 첫해에는 온 관심을 사로잡지. 하지만 다음 해가 되면 사람들은 그 차를 창피해하고, 그 다음 해에는 미련 없이 내다 버리지. (113쪽)
― 그 애는 자기가 도시로 갔다면 일자리를 구걸해야 할 테고, 여기저기서 퇴짜를 당하다가 마침내 겨우 남의 집 청소나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하지. 자기 땅에 붙어 있는 게 더 나아. 모진 날씨와 짐승들과 씨름하면서 사는 게 더 낫지. (119쪽) 이 진술은 너무나 선명하게 가슴에 들어온다. ‘자기 땅’과 씨름하면서 사는 것, 자급자족이 삶의 기본이 되는 세계는 앞으로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생활 양식이 될지도 모른다.
― 다큐멘터리는 관찰 대상에게, 그리고 관찰 주체에게는 더욱더 영혼을 탐구하는 작업이다. (123쪽)
― 몇몇 위대한 작가들의 이력을 고려할 때, 젊은 작가 지망생들에게 선다형 시험이 그렇게 결정력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127쪽)
― 지난 십 년은 횡재다. / 살아 있고, 취하지 않은 맑은 정신에, 일하고, 사랑하고 / 좋은 여자에게 사랑받았던 시간.(레이먼드 카버) (133쪽)
― 카버의 소설 대부분은 오해에서 시작하여 이해를 향해 나아간다. (134쪽)
―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무지함. 타인은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고, 우리에게 시력보다 더 큰 시력, 즉 통찰력을 줄 수 있다. (139쪽)
― 릴케를 읽고 있는 학생이 있다. 그는 거장 릴케를 읽고 싶어 하지만, 자기 아내의 마음은 ‘읽고’ 싶은 생각이 없다. 두 사람은 불행히도 서로 접촉도 없고 관계가 좋지 않다.(146쪽) 우리 대부분은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 「학생의 아내」에 나오는 이 부부처럼 이렇게 서로 소외시키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가슴이 서늘하다.
― 카버의 소설들은 모든 것을 어떤 빛으로 밝혀 준다. 그 빛은 독자에게 상황에 대한 어느 정도의 우선권과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며, 무리하게 심리학적이거나 사회학적인 환원적 해석으로 빠지게 하는 대신, 우리를 전율하게 하고 잠시 멈춰서 생각하고 고민하게 한다. 이것이 현시대에 우리가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도덕적이고 미적인 감수성이다.(168쪽)
― 사람들은 내부에 있다. 자신들의 견고한 집 안에서 텔레비전 불빛을 바라보며.(틸리 올슨) (176쪽)
― 사람들은 말을 듣는 게 아니야. 말 뒤에 숨겨진 것을 듣지. 욕설보다 더 나쁜 말이 있어. 남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야.(틸리 올슨) (176쪽)
― 우리가 남들과 관계를 맺고 남들을 이해하고 서로 손을 잡는 것은 중요하다. 거기에 우리의 삶과 명예, 품위, 그리고 자존감이 달려 있다.(180쪽)
― 우리는 인생을 겪으면서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것을 배운다. 우리는 우리가 누구이고 우리가 무엇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지, 다른 사람이 무엇을 겪고 무엇을 당연한 것으로 여길 수 없는지 배우게 된다.(190쪽)
― 동정은 무지한 분노, 다시 말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시하는 것일 수 있다. 세상에 대한 슬픔이나 세태에 대한 분노와는 다른 감정이다.(215쪽)
(2)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박철 옮김, 시공사, 2004) 중에서
― 행복은 그것을 흐리거나 그것에 놀라거나 하는 불행 없이 순수하게 단순히 행복으로만 오는 일은 드물거나 결코 존재하지 않는 법입니다. (585쪽)
― 만물을 변화시키고 사그라뜨리는 데 있어서 시간은 사람의 의지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마련이지요. (626쪽)
― 질투가 지배하는 곳에는 미덕이 살 수 없고, 인색한 것이 있는 곳에는 관용이 있을 수 없다. (659쪽)
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2월 5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