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과 서평/소설과 희곡 읽기
치누아 아체베, 세상을 떠나다
편집마왕
2013. 3. 23. 13:17
나이지리아의 소설가 치누아 아체베가 세상을 떠났다.
82세였다.
젊을 때부터 읽고 마음에 간직해 왔던 문학과 사상의 대가들이 차례로 세상을 떠나고 있다.
나이들어 감의 한 증거일까.
비워지는 것은 늘어만 가는데, 채워지는 것은 간혹이다.
쓸쓸한 감정에 주말이 즐겁지 않다.
치누아 아체베는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1958)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19세기 말 아프리카의 한 부족 마을이 서구 열강의 침략으로 인해 해체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탈식민주의 소설의 명작이다.
"자네는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사람이라 생각하는가? 평생 동안이나 추방당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아는가? 얌도 자식까지도 모든 것을 잃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아는가? 난 한때 아내가 여섯이었지. 지금은 왼쪽과 오른쪽도 구별 못 하는 저 여자 아이밖에 남지 않았지. 내가 아이들을, 내 젊고 팔팔했던 시절에 낳은 아이들을 몇이나 땅에 묻었는지 아는가? 스물둘이야. 난 목을 매지 않고 아직도 살아 있네. 자네가 이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내 딸 아케우니는 쌍둥이를 몇이나 낳고 버렸는지 물어보게나. 여자들이 죽으면서 부르는 노래를 들은 적 있는가? '누구에게 좋다는 것인가, 누구에게 좋다는 것인가? /좋은 사람은 어느 누구도 없다.' 이게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다."(160쪽)
이처럼 자기 땅에서 추방당한 자들의 고통, 번민, 비애 등이 곳곳에서 빛을 발하면서 가슴 깊숙이 파고드는 걸작 중의 걸작이다. 스물여덟 살에 쓴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거장의 솜씨다.
아프리카의 전통적인 이야기꾼들처럼 그의 소설들은 멋진 이야기 솜씨와 지혜 넘치는 경구들로 가득했다.
이제 우리는 영원히 그의 목소리를 새로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쓸쓸하다.
아래는 이야기꾼에 대한 그의 생각을 압축적으로 드러낸 부분이다. 국내에 아직 번역되지는 않았지만, 그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소설 『사바나의 개미탑』에 나온다.
아디오스 아체베!!!
이야기꾼은 하나의 위협이다. 그들은 모든 통제의 제왕들을 위협한다. 그들은 인간 정신의 자유권을 찬탈한 자들과 싸운다. 그것이 국가든, 교회든, 사원이든, 의회든, 대학이든, 어디든지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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