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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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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월당 문학강의] 누가 이 여인을 악녀라고 부를 것인가 ―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 “그런데 애들을 왜 죽였소?” 아르고호를 타고 멀리 동방으로 모험을 떠나서 황금양털을 가져온 이아손이 울부짖습니다. 그는 헤라클레스와 함께 신화시대 그리스를 대표하는 영웅입니다. 이아손의 배신에 치를 떨다가 가장 사랑하는 두 자식마저 복수의 제물로 내놓은 메데이아가 결연히 대답합니다.“당신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서죠.”인간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상대에게 가장 큰 고통을 안겨 주려는 생각에, 자신의 영원한 파멸을 아랑곳하지 않는 이 마음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그것은 ‘새로운 지혜’의 결과일까요, 아니면 ‘순간적 격앙’의 산물일까요. 메데이아는 말합니다.“내가 얼마나 끔찍한 짓을 저지르려 하는지 나는 안다. 그러나 격정이 나의 숙고보다 더 강력하니, 격정이야말로 인간들에게 가장 큰 재앙의 원인이로다!” 한 ..
정치가 슈뢰더를 만든 여섯 가지 인생 질문 정치가 슈뢰더를 만든 여섯 가지 인생 질문 “정책을 마련하고 정치를 행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이 정치가의 핵심 과제, 즉 의무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나에게 정치의 꽃은 선거전과 유권자와의 만남, 선전, 표를 얻기 위한 투쟁, 의견 교환이다. 정치적 결의문을 작성하는 것은 테크노크라트도 할 수 있고, 더 정확한 정보는 언론인도 가지고 있지만, 선거전을 치르는 것은 정치가만 할 수 있는 일이고 또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뿐만 아니라 정치 전반에 적용되는 것이 선거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부엌이 너무 덥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요리사가 되면 안 된다.”정치인이나 기업가의 자서전을 즐기는 편은 아니다. 처칠 등 소수를 제외하면 글 잘 쓰는 경우가 드물어, 차라리 평전을 선호하는 쪽이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회사보다 소중한 나를 지켜라 - 도교대 교수 강상중이 말하는 불확실성 시대의 일과 행복 회사보다 소중한 나를 지켜라도교대 교수 강상중이 말하는 불확실성 시대의 일과 행복 진주박물관에 고전 강의를 하러 기차로 오르내리면서 강상중의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노수경 옮김, 사계절, 2017)을 완독했다. 본문에 나오는 분류에 따르면, 이 책은 “전철의 이동시간 등을 이용하여 목차, 표제어, 키워드를 체크하는 정도로 건너뛰며” “세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국내에 번역된 저자의 모든 책을 읽은 한 사람의 팬으로서, 이 책은 적어도 나한테는 “고전처럼 시간을 들여서 읽지는 않지만 의견이나 감상을 써야 하므로 일정 정도의 집중력으로 끝까지 다 읽는” “일과 관련이 있거나 혹은 그 주변 영역에 관한” 책에도 속한다.번역자의 설명에 따르면, 제목에 적혀 있는 ‘일’은 인간이 행하는 ..
기자 헤밍웨이는 어떻게 글을 썼을까 기자 헤밍웨이는 어떻게 글을 썼을까― 사실을 말하기, 오직 진실만을 이야기하기 “전쟁은 작가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다.” 노년의 대가 헤밍웨이가 말한다. 확실히 그럴 만하다. 전쟁과 같은 끔찍한 경험은 작가에게 인생의 비밀을 깨닫게 해주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 말에 대해 당신이 작게라도 매혹을 느꼈다면, 덧붙은 한마디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나는 전쟁을 깊이 증오합니다.”청년 헤밍웨이가 기자 생활을 했다는 것, 그리고 작가가 된 이후에도 때때로 종군 기자의 임무를 즐겼음은 잘 알려져 있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부상을 입었고, 스페인 내전에 직접 뛰어들어 반파시스트 전선에 섰다는 것은 ‘극한의 경험’을 통해 ‘지혜를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 하나의 신화를 이룬다.헤밍웨이가 기자로 쓴 글이..
행복에 맞추어 돈을 벌자 행복에 맞추어 돈을 버는 사람 오늘의 추천도서!!오하라 헨리의 『나는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기로 했다』, 정현옥 옮김(루비박스, 2017)나는 도무지 이와 비슷하게 살고 있지 못하지만ㅜㅜ 일과 삶의 균형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읽고 싶다. 이 책은 돈에 맞추어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행복에 맞추어 살려고, 일을 최소한만 하기로 한 사람의 이야기다. “학교에서 절대로 가르쳐 주지 않는 것 중의 하나가 돈 버는 방법이다. 그런데 더욱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은 돈을 벌기 전의 마음가짐이다. 주어진 환경이나 물욕, 필요한 돈의 액수도 사람에 따라 다른데, 왜 다들 일주일에 5일씩 일해야 하는 건지 의문을 가져 본 사람? 필요한 만큼 일하면 만족하는지, 토 나올 정도로 바쁘게 일하는 게 좋은지, 나는 사회가 ..
편집일은 좋아도 출판사는 싫은 당신에게 _생활인문잡지 《WAY》 창간호를 읽다 편집일은 좋아도 출판사는 싫은 당신에게 편집 일의 특징 중의 하나는, 잘된 작업은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본 교정교열은 책을 읽을 독자 입장에서 의문부호를 없애는 일이기 때문에, 잘 교정된 책에서 편집자는 보이지 않는다. 생활인문잡지 《WAY》 창간호에 실린 봄알람의 편집자 이두루의 글 「일은 좋아도 회사는 싫은 당신에게」에서 읽었다. 편집노동에 대한 정확하고 아름다운 정의다. 편집자의 업무는 기본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생각보다 많는 전문성과 지식이 필요하지만 생각보다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많은 업종의 회사에서 그렇듯, 결정권자와 실무자는 따로 있고, 실무자의 노동 결실은 회사의 성취로 수렴된다. 실무자의 노동가치를 제대로 보고 대우하며 개인을 키우는 토양이 되어 준다면 좋겠지만, 일을 할..
[책과 미래] 공자, 지식 공유혁명을 시작하다 매일경제 칼럼, 이번에는 지식 공유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실, 세상의 모든 편집자는 소수의 전문가들이 가지고 있는 앎을 세상 모든 이들의 것으로 만드는 일에 복무합니다. 지식의 민주화에 헌신하는 공자의 후예들이라고 할 수 있지요. 지면에 실린 글을 조금 수정해서 올려둡니다. ==================================== 공자, 지식 공유혁명을 시작하다 “앎이란 무엇입니까?”(問知)공자는 제자들한테서 이 질문을 여러 번 받았다. 주말이면 시골 마을에서 사람들과 함께 『논어』를 읽는다. 어느 날 문득 궁금해졌다. 교육이란 스승은 가르치고 제자는 배우는 일이다. 스승의 가르침 자체가 앎의 실체를 이루니, 제자는 배울 뿐 의문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자주 제자들은 공자에..